주변을 새하얗게 둘러싸 시야를 온통 희뿌옇게 만드는 조금은 두려울 정도의 안개였다. 희미함 속에서 수평선은 나를 향해 잰걸음을 했고 그만큼씩 뒷걸음 쳐 나는 멀어졌다. 뒤돌아선 광경 속에선 그림자들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했기에 무른 땅을 조심조심 디디며 안개의 반대편으로 향했지만, 나는 여전히 모든 것이 희미했다.






2014. 2. 3. 03:04






지난 토요일에 시작된 6일간의 히키코모리 생활이 끝났다. 시작은 단순히 나태함에서 출발한 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했고 생산적인 일은 도무지 손에 닿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 생활이 사흘나흘 반복되니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사고는 정지했고 마음은 스스로를 비난하는데에 쓰이고 있었다. 흐름을 끊고자 하릴없이 동네 카페로 피신을 나가 시간을 보내고 귀가했다. 6일동안 거리는 변함없이 그대로였는데 나 홀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다.







2014. 1. 31. 05:33






이미 죽어버린 감정을 곱씹으려 휘청대는 발걸음에 재촉을 한다. 아무리 걸어봤자, 아무리 빨라봤자 그곳에서 목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하나의 새드엔딩일 뿐인 것을.






2013. 12. 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