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유약하게 뛰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잠시 숨 쉬는 것을 멈춰 보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도 전혀 괴롭지 않았다. 이대로 종착역까지 가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일이 매우 두렵기도 했다. 다시 눈을 뜨고 숨을 쉬기 시작했을 땐 숨이 가쁘지도 않았다. 신기했다. 더이상 두려워질 것이 없을때 힘을 더 빼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길 위의 사람들은 계속 천천히 걸었다. 어떤 이들은 웃었고 어떤 이들은 대화를 했고 어떤 이들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천천히 걸었다. 나는 그 사이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 달리듯 걸어나갔다. 가방을 들지 않았는데도 어깨가 무거웠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허리가 굽었다. 어깨가 점점 아팠고 팔과 다리와 관절이 있는 곳은 모두 비명을 질러댔다. 가방을 멨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깨가 늘어지고 거북이처럼 목이 앞으로 쭉 빠졌다. 추했지만 그 모습이 당연하게 생각됐다. 목이 계속 답답했다.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궈서 그런거라 생각했지만 단추를 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지 못하고 결국 단추 하나를 풀었다. 그럼에도 답답했고 메스꺼웠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나보다. 횡단보도 앞에서 무언가 발에 밟혔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사탕 포장과 초콜렛 껍질들이 버려져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고 공감하며 힘없이 위로해 줄 것만 같았다. 내가 아무리 말을 버벅대도 그들 역시 말을 버벅대며 화답해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지 않았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어서 앞만 보고 집까지 걸었다. 깊게 이유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싶지도 않다. 왜냐하면 누구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지 않을테고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끝나가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2015. 3. 14. 19:36






나는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는데도 좋은 감정, 싫은 감정 무엇 하나 제대로 표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남았다. 남들은 모두 드라마를 살아가며 슬슬 꽃을 피워가는데 나는 내가 어떤 씨앗인지도 모르겠다.







2015. 3. 3. 22:05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고 정처없이 흐르기만 하는 요즘. 마음을 나누지 않으니 나누지 못하겠고 표현을 하지 않으니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꽤나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며 지내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내가 괜찮은건지 모르겠다. 위기감을 느낀 시기는 이미 오래 전이었는데 그것을 고민하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고, 다시 떠올렸다가 또다시 묻어버리기를 반복한다. 위기감이라니!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내게 만족할 만한 것을 내어주지 않았는데 나는 어째서 벌써부터 그러한 감정에게 얻어맞은 것일까. 품을 속이 너무나도 빈약하니 금세 바닥이 드러나버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리고 싶을 만큼 창피하다. 부끄럽다. 청량한 가을이 왔고 그 덕에 들떠버린 마음은 이해하는데, 이는 곧 스스로 정해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도 누군가의 팔에 매달려 양손에 붙들린 그 팔을 흔들고만 싶다. 흔들고, 흔들고, 흔들어서, 당장 내 눈 앞에서 아무 방향이나 정해 가리켜 줄 때까지







2014. 9. 19. 02:41